시현 인 친화 샘 하원
이 다섯 중에 한 명이지 않을까 생각한다.
내 런던 유학 생활 초기, 친구에게 분양받은 이름 모를 종의 식물을
나는 런던을 떠나면서 누군가에게 넘겨주었다.
책임지지 못할 정이라 생각하여 이름도 붙여주지 않은 그것은
친구 집들이에 들고 간 오렌지 와인 병에 담겨 좁은 2년을 보냈다.
많은 비와 함께 찾아온 가혹한 겨울에 잎이 노랗게 바랜 것을 보았다.
그것이 마음에 걸려 수돗물 대신 몇 차례 페트병에 담겨 파는 물을 넣어줬다.
이즈음엔 아마 그것이 나도 모를 이름을 갖게 되었지 싶다.
해가 뜨는 날엔 거실 창 아래로 옮겨두었고,
가끔은 빗물을 맞게끔 뒷마당에 놓아두었다.
늦은 밤, K라는 노래를 들으며 잎을 하나씩 닦아 주었던 기억도 있다.
어떤 일로 바빠졌고,
그것을 마침과 동시에 런던을 떠날 준비를 시작하였고,
그러면서 내 짐들을 하나씩 주변에 나눠주었고,
지인들과 이별을 기리며 갖는 술자리에 다시 바빴다.
런던을 떠난 지 1년이 지났음을 떠올리게 된 어느 날,
그 뒤를 이어 가장 먼저 떠오른것은 내가 그것을 누구에게 부탁하고 떠났는지를 떠올리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.
돌아보는 일은 왜 항상 슬픔으로 끝맺어지는 걸까.
그럴 재주가 있다면 그러지 않을 수 있는 걸까,
까지로 생각이 길어지자
작업에 쓰일 버드나무의 껍질을 벗겨내는 일을 멈추고 이 글을 적을 수 밖에 없었다.
2025년 11월 10일. 버드나무.